30 Jun “저소득층도 원격진료 받을 수 있어요”
이웃케어클리닉 메디캘 환자 등에 화상진료 무료 제공
헬스넷 통 큰 지원 … 취약계층 위한 의료서비스 접근성 높여
저소득층도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진료가 활성화하면서 민영 건강보험이나 메디케어 가입자는 원격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캘 환자는 이 같은 서비스를 받는 게 제한적이었다.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 소장 애린 박)은 저소득 한인 및 지역주민에게 원격진료를 시작했다. 이는 헬스넷이 보조금(그랜트)을 지원하면서 가능했다.
이웃케어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바이러스 감염 전파를 최소화하고 환자와 직원을 보호하고자 지난 4월부터 전화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원격진료를 바로 시작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원격진료(telehealth)란 ‘상호작용하는 컴퓨터 및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의료 정보 및 서비스를 전달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즉, 비대면 진료방식으로 환자가 전화나 온라인, 화상을 통해 의사를 만나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1차적으로 전화문진이 있겠으나 환자-의사간 원활한 소통 및 진료를 하기 위해선 화상진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화상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에게도 컴퓨터 및 웹캠이나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이 있어야 하고 환자 또한 최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여기에 해당 시스템 구축, 기술 지원, 의료진 교육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가운데 헬스넷이 지난 5월 이웃케어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내 메디캘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 138곳에 총 1340만 달러의 그랜트를 제공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공공 건강보험 회사로 정부 프로그램과 민영 건강보험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센틴(Centene)의 계열사인 헬스넷(Health Net)은 민영 보험상품 뿐만 아니라 메디캘을 포함해 다양한 정부 건강보험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자체적으로 헬스넷 민간보험 가입자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데에서 나아가 저소득층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당초 계획했던 590만 달러에서 두 배를 훌쩍 넘긴 134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헬스넷으로부터 그랜트를 받은 이웃케어는 바로 원격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에 들어갔으며 6월 초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올 여름까지는 원격진료를 원하는 모든 이웃케어 환자에게 원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애린 박 소장은 “평소에도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든 메디캘 가입자와 건강보험이 없는 환자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웃케어 환자 대부분이 한인, 히스패닉, 방글라데시, 태국계 주민으로 언어적 한계, 정보부족, 문화차이 등으로 안 그래도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새로운 의료 정보 및 기술 혜택을 받는데서도 종종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티와 의료서비스 취약계층의 니즈를 파악한 헬스넷의 신속한 결정과 통 큰 지원으로 저소득층도 원격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헬스넷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헬스 및 웰니스의 브라이언 테르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건강하고 안전하도록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헬스넷의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라며 “쏟아지는 부정적인 소식, 이로 인한 혼란과 비극으로부터 우리 헬스넷 가입자는 물론, 소외계층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안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헬스넷은 코로나19 사태 동안 원격진료에 대한 개인부담금(코페이)를 면제해주고 있다.
LA한인타운을 관할하는 가주 53지구 미겔 산티아고 하원의원도 “코로나19으로 많은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 소외계층에는 타격이 더 크다”며 “이들에게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서비스, 식사 및 식료품 전달행사 등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이웃케어가 있어 든든하고 또 이웃케어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헬스넷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화진료에 이어 화상진료까지 원격진료가 가능해진 이웃케어의 환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반기고 있다. 이웃케어 소속 에릭 슐루더버그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웃케어 환자 대부분이 풀타임으로 일하며 가정의 재정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사실 진찰을 받기 위해 몇시간에서 반나절 일을 빼고 클리닉에 오는 게 쉽지는 않다. 또 대부분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버스를 갈아타가며 클리닉에 와서 본인의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일을 빠지게 되면 그만큼 수입이 줄게 돼 선뜻 진료예약을 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원격진료는 의료인이 환자의 예약시간에 맞춰 연락을 하기 때문에 직장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환자들이 좋아한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고 번거로운 절차도 간소화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안전한 진료방법이자 신속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진료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나비드 파펜 환자서비스 총책임자도 “저소득층에는 아직은 생소한 IT 기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처음에는 기기를 본인이 사야하는 거 아닌가, 본인이 화상 연결을 잘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등의 이유로 망설이는 환자도 있다”며 “하지만 한번 화상진료를 받아본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반드시 대면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는 전화진료의 경우, 외출자제령이 완화하기 전에는 전체 진료의 70~75%를 차지할 만큼 환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화상진료는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원격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원격진료로 인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유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원격진료로 당일 예약이 한층 쉬워졌으며 경증이나 비응급 증상, 일반적인 정기검진, 기존 약처방 재발급(리필), 간단한 후속조치는 굳이 클리닉을 방문해 의료진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가능해졌다. 이에 의료진은 더 많은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파펜 책임자는 “원격진료가 과부화된 의료제도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 기반의 진료로 나아가는 변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웃케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정상 진료(월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화~금요일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를 하고 있다. LA한인타운 6가 클리닉(6가와 하버드)과 윌셔 클리닉(윌셔와 뉴햄프셔)에서 환자를 맞고 있으며 대면 진료 뿐만 아니라 전화와 화상 등 원격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웃케어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캘, 서류미비자를 위한 마이헬스LA를 포함해 커버드캘리포니아, 메디케어, 일반보험 HMO·PPO 가입자와 건강보험 미가입자 등 모든 환자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웃케어클리닉: 1986년에 설립된 이웃케어클리닉은 한인단체로는 처음 연방정부인증을 받은 의료기관(FQHC)입니다. 6가와 하버드, 윌셔와 뉴햄프셔, 버질과 윌셔에 있는 종합클리닉, 6가와 하버드에 있는 치과 및 검안과 클리닉, 버몬트에 있는 양로보건센터 5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과 시니어 등에게 의료 및 사회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