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Oct “오피오이드 중독, 약물로 치료해요”
약처방·상담 병행 약물 보조 치료(MAT)
이웃케어 전담팀 구성, 전문서비스 제공
# 60대 초반인 김씨는 서류미비자다. 체류신분 때문에 취직이 어려워 막일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도 쉽지 않다. 지금은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 젊어서 막일을 한 탓에 나이를 먹으며 건강도 나빠졌다. 5~6년 전 당뇨까지 걸렸다. 구제의 길은 보이지 않고 자포자기 심정이 됐다. 우울이 밀려왔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신 술에 이젠 중독까지 됐다. 우울, 알코올 중독으로 이웃케어클리닉에서 상담을 받다가 약물 보조 치료를 소개받고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다행히 효과가 좋다. 약물 보조 치료를 받은 후부터는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많이 줄었다.
# 50대 중반인 박씨는 허리수술을 받고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다 약물 중독에 빠진 경우다. 처음엔 허리가 너무 아파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수술을 받은 후 시간이 지나 허리통증이 많이 사라졌는데도 진통제 처방을 계속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갔고 허리통증이 사라진 후에도 조금만 아프면 허리를 핑계로 진통제 처방을 받아왔다. 그러다 자신이 중독에 빠진 것을 깨닫고 주치의와 상담했고 약물 보조 치료 권유를 받고 치료에 들어갔다. 다행히 차츰 나아지는 기분이다.
오피오이드 오남용 및 중독이 심각하다. 지난달 발표된 국가 약물남용 조사연구 보고서(NSDUH)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오피오이드를 오남용한 12세 이상 미국인은 1,010만 명에 달한다.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12세 이상 미국인은 하루 130명이 넘는다. 이처럼 오피오이드 오남용 및 중독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약물 또는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SUD, OUD)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의학적 대체 치료인 약물 보조 치료(Medication-Assisted Treatment, MAT)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물 보조 치료란 말 그대로 약물을 보조/활용해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약물 치료와 함께 상담과 다양한 보완적 방법을 병행한다. 오피오이드에 중독되거나 의존하는 환자를 치료할 때 연방 식약국(FDA)이 허가한 약물 처방을 통해 치료를 돕고 상담과 행동치료를 병행해 환자가 약물 중독 및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약물 보조 치료는 오피오이드 뿐만 아니라 다른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치료에 적용되기도 한다.
MAT 전담팀을 구성해 메디캘 환자에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웃케어클리닉의 에릭 슐루더버그 전문의는 “약물 또는 알코올 중독을 약으로 치료한다는 개념에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하기 쉽게 비교하자면 담배를 끊는 과정에서 니코틴 중독, 금단현상으로 힘들어하는 금연자에게 니코틴 패치를 붙이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피오이드, 알코올 중독 치료에서 MAT는 금연에서 니코틴 패치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MAT에서 처방하는 약물에는 오피오이드 및 알코올 중단 과정에서 오는 금단 증상을 최소화하고 메슥거림 등 부작용을 진정,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부프레노르핀, 메타돈, 날트렉손 등이 있다. 이들 약물은 뇌 호르몬을 정상화하고 오피오이드나 술을 통해 얻게 되는 행복 효과를 차단하며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를 억제하고 신체 기능을 정상화하는 작용을 한다.
약물 보조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FDA가 승인한 약물로 다양한 검증을 거쳤으며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연방 보건복지부(HHS) 산하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SAMHSA)의 설명이다. SAMHSA에 따르면 실제 약물 보조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물 보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성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인이 이들 약물을 처방하려면 각각의 약물마다 연방정부 허가를 받거나 연방정부가 정한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상담을 통해 인지 및 행동치료를 병행, 약물 보조 치료를 보완해 약물 중독에서 회복하고 약물 의존성에서 벗어나도록 도와 중독 재발 위험을 줄여주도록 하고 있다.
이웃케어 MAT팀의 서경준 심리상담 전문가(LCSW)는 “치료에 들어간다고 해서 금단현상과 약물에 대한 욕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게 아니다. 또 치료과정에서 자괴감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상담을 통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려주고 약물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도록 하고 감정의 기복 없이 평상 시 심리상태를 유지하도록 이끌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상담가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환자 상태를 살펴 환자의 회복, 치료 의지를 북돋아 환자가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용기를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약물 보조 치료는 담당의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중독 정도, 건강상태, 기타 상황 및 문제에 대해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소변이나 타액을 이용해 약물 검사를 하고 약물 보조 치료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환자에 맞춰 약물 종류 및 도수 등을 정한 뒤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슐루더버그 전문의는 “오피오이드 중독은 심장병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다. 만성질환은 평생을 두고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오피오이드 중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약물 보조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며칠, 몇달, 몇년 혹은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환자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피오이드((opioid)란. 마약성 진통제. 의사가 처방하는 진통제인 모르핀,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에서부터 불법마약 펜타닐, 헤로인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