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Aug [건강 칼럼]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가 사회적 상황에서 심하고 지속적인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이 같은 불안과 공포가 두려워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려는 불안장애라면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대상, 사물, 상황, 환경에서 사회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이를 회피하려는 불안장애다.
특정공포증은 동물형, 상황형, 자연환경형, 혈액-주사 손상형(또는 혈액-주사 상해형), 기타형 등 5가지의 하위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동물형은 개, 뱀, 쥐, 벌레 등 동물·곤충을 두려워하는 유형이며 상황형 공포증에는 좁거나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폐소공포증이 있다. 폐소공포증은 밀실공포증이라고도 하는데 흔히 폐쇄공포증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이는 폐쇄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폐소공포증의 증상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잘못 인식,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터널을 지나거나 엘레베이터 등을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도 폐소공포증과 관련이 있다. 운전이나 비행을 두려워하는 것도 상황형 특정공포증에 속한다.
자연환경형으로는 천둥, 번개, 물 같은 자연환경에 의해 두려움이 유발되는 경우로 높이 올라가거나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고소공포증이 대표적이다. 혈액-주사 손상형은 말 그대로 피를 보거나 주사를 맞는 등으로 인해 손상될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기타형은 이들 4가지 외 다른 자극에 의해 두려움이 유발되는 경우다. 구토, 질식,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그 예다. 이외에도 큰 소리(음향공포증)나 캐릭터 분장(놀이공원이나 TV쇼에 등장하는 가면 또는 탈을 뒤집어쓴 캐릭터-광대공포증)을 비롯해 인형, 풍선, 거울, 액세서리, 특정 색깔, 악마, 날카로운 것(선단공포증), 기계, 시체, 병원, 통증(동통공포증), 고독, 고립, 수면, 죽음, 어둠, 태양, 우주, 심해 등 공포감을 느끼는 대상이나 상황 등에 따른 온갖 공포증이 있으며 각각 명칭도 붙일 수 있다. ‘별의별 공포증이 다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공포 그 자체를 두려워하는 공포공포증, 모든 것울 두려워하는 범공포증, 반복되는 구멍을 두려워하는 환공포증이라는 것도 있다(하지만 이들 공포증은 대부분 실존하는 개념, 학명이 아니다. 공포증의 유형으로 정신의학계에 정식 등록돼 있지도 않다. 환공포증은 의학계에서는 아예 없는 증상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특정공포증은 그 유형, 종류가 다양하며 그러고보면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등이 있다고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실제 전미불안우울증협회(ADAA)에 따르면 전체 미국 인구의 8.7%인 1900만 명이 특정공포증을 지니고 있다.
공포와 불안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공포나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이나 상황에서 이를 피하려고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누구나 어떤 대상이나 상황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공포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 올라가면 긴장하거나 불안해지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유형, 증상이 모두 정신의학적으로 공포증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포나 불안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공포와 불안이 심해지고 어떻게 해서든 이 대상과 상황을 피하려 하며, 이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진단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 기준에 따라 내리게 된다.
섣불리 자가진단해 으레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괜찮아지겠지’ ‘별 거 아니겠지’ 하며 방치해서도 안되겠다. 정신과에서 상담 또는 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더더욱 안된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이차적인 정신과적 합병증과 사회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이웃케어클리닉 심리상담 전문가 문상웅
[LA중앙일보] 발행 2018/08/1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8/08/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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